삶의 마지막이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남아 있는 하루는 이전의 하루와 어떻게 달라질까요. 하고 싶었던 일을 서둘러 해보려 할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릴 수도 있으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싶어질 수도 있습니다. 오가와 이토의 《라이온의 간식》은 바로 그 마지막 시간 앞에 선 한 사람을 통해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 소설입니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거창한 사건보다 작은 일상이 놓여 있습니다. 음식을 먹고, 바람을 느끼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오후의 간식을 기다리는 일 같은 것들입니다. 평소에는 너무 익숙해서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순간들이 삶의 끝에 가까워질수록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라이온의 간식》은 눈물을 끌어내기 위해 죽음을 사용하는 이야기에 머물지 않습니다. 오히려 언젠가 끝난다는 사실을 인정한 뒤에야 보이기 시작하는 삶의 감각을 조용히 들여다봅니다. 읽고 나면 ‘얼마나 오래 사는가’보다 ‘지금 살아 있는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라는 질문이 오래 남습니다.
작품: 《라이온의 간식》
저자: 오가와 이토
원제: 《ライオンのおやつ》
국내 번역: 권남희
국내 출간: 2021년 11월, 알에이치코리아(RHK)
핵심 주제: 삶과 죽음, 이별, 기억, 음식, 남겨진 시간의 의미
특징: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일상의 온기와 음식의 기억을 통해 차분하게 풀어낸 소설
《라이온의 간식》 줄거리보다 중요한 것은 남은 시간을 바라보는 방식
주인공 시즈쿠는 젊은 나이에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는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세토나이카이의 섬에 있는 호스피스를 선택합니다. 그곳에서 시즈쿠는 치료와 회복을 목표로 달려가는 대신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게 됩니다.
호스피스에는 매주 일요일 특별한 시간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간식을 신청하고 함께 나누는 ‘간식 시간’입니다. 마지막에 무엇을 먹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처음에는 소박하게 느껴지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것이 단순히 음식 취향을 묻는 질문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어떤 음식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 음식을 먹었던 시간과 장소, 곁에 있었던 사람을 함께 기억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의 어느 오후일 수도 있고,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만들어준 음식일 수도 있습니다. 음식 하나에 지나간 삶의 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것을 떠올리는 일은 결국 자신이 가장 따뜻하게 기억하는 삶의 한때를 돌아보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흥미로운 점은 시즈쿠가 자신의 간식을 쉽게 고르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무엇을 선택할지 망설이는 모습에는 죽음을 앞둔 사람이 느끼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삶을 정리한다는 것은 좋아했던 것을 하나 골라 목록을 완성하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습니다. 미련도 있고, 후회도 있고, 아직 끝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습니다.
소설은 그 마음을 억지로 정돈하지 않습니다. 죽음을 받아들이면 모든 두려움이 사라진다거나 마지막 순간에는 누구나 초연해질 수 있다고 말하지도 않아요. 두려움과 평온함, 슬픔과 감사가 함께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바로 이 태도가 작품의 슬픔을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붙잡아줍니다.
오가와 이토가 음식으로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이유
오가와 이토의 작품에서 음식은 자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가 됩니다. 《라이온의 간식》에서도 음식은 단순한 배경 장치가 아니라 기억을 불러내는 통로에 가깝습니다. 사람은 어떤 맛을 통해 오래전의 시간을 놀라울 만큼 생생하게 떠올리곤 합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 ‘간식’이라는 선택은 의미심장합니다. 식사는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간식은 조금 다릅니다. 없어도 살아갈 수 있지만, 있으면 하루에 작은 기쁨이 생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간식은 생존보다는 살아가는 즐거움과 기억에 더 가까운 음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간식은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한 음식이라기보다 누군가와 함께했던 시간, 사랑받았던 기억, 평범했던 하루의 행복을 되살리는 매개로 등장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간식을 고르는 일은 자신에게 가장 소중했던 삶의 감각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읽힙니다.
이 지점에서 소설이 말하는 ‘잘 산다는 것’의 기준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대단한 성취를 이루었는지, 남들보다 많은 것을 가졌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순간을 얼마나 느끼며 살았는가입니다. 맛있는 것을 먹었고, 누군가의 친절을 받았고, 바람 좋은 날의 공기를 기억한다면 그 순간 역시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됩니다.
우리는 흔히 중요한 삶과 평범한 삶을 구분합니다. 특별한 일이 있어야 의미 있는 하루라고 생각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라이온의 간식》은 그 구분을 천천히 허뭅니다. 삶을 이루는 대부분의 시간은 사실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 누군가와 식사를 하는 것, 좋아하는 음식을 맛보는 것, 햇빛과 바람을 느끼는 것. 평소에는 너무 당연해서 기록조차 하지 않는 일들이 사라질 가능성을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소중해집니다. 작품이 죽음을 가까이에 두는 이유도 결국 이런 일상의 가치를 다시 보게 하기 위해서라고 읽을 수 있습니다.
《라이온의 간식》이 남기는 질문, 우리는 오늘을 제대로 살고 있을까
이 소설에서 죽음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사건으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시기의 차이는 있어도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삶의 일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즈쿠의 상황을 멀리 떨어진 누군가의 이야기로만 바라보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죽음을 생각하며 불안해지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끝이 있다는 사실을 통해 지금의 시간을 다시 바라보는 것입니다. 언젠가 마지막 식사가 있고 마지막 산책이 있으며 마지막 대화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어떤 순간이 마지막인지 알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그 사실을 떠올리면 평범한 하루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 나눈 식사와 전화 한 통, 아무렇지 않게 건넨 인사도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는 하나의 순간입니다. 그렇다고 매 순간을 특별하게 보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작품은 평범한 순간을 평범한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사람의 존엄입니다. 시즈쿠와 주변 인물들은 단지 죽음을 기다리는 존재로만 묘사되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것이 있고, 누군가를 걱정하며, 때로는 웃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갑니다. 삶의 시간이 짧게 남았다고 해서 그 사람의 현재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작품은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라이온의 간식》의 슬픔에는 이상하게도 삶을 향한 힘이 함께 있습니다. 끝을 외면하지 않지만 끝만 바라보지도 않습니다. 죽음이 가까운 곳에서도 사람은 무언가를 먹고, 누군가를 좋아하고, 햇살을 느끼고, 다음 시간을 기다립니다. 마지막까지 삶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입니다.
《라이온의 간식》은 죽음에 관한 소설이지만 읽고 난 뒤 더 오래 생각하게 되는 것은 삶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소중한 사람에게 표현하지 못한 마음은 없는지, 매일 반복되는 시간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삶을 잘 살아야 한다는 말을 거창한 목표로 바꾸지 않습니다. 오늘 먹는 한 끼를 느끼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을 알아차리고, 계절이 바뀌는 것을 바라보는 일도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이 부담스러운 독자라면 처음에는 망설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소설은 상실과 이별을 피하지 않기 때문에 가볍게 읽히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비극 자체를 크게 부각하기보다 한 사람이 자신의 남은 시간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오래 머뭅니다.
그래서 삶과 죽음을 다룬 잔잔한 소설을 찾는 분, 음식과 기억이 연결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 바쁜 일상에서 잠시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고 싶은 분에게 특히 잘 맞을 만한 작품입니다. 빠른 사건 전개보다 인물의 마음과 분위기를 천천히 따라가는 소설을 좋아한다면 더욱 편안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 《라이온의 간식》은 남은 시간이 길지 않은 시즈쿠가 섬의 호스피스에서 마지막 나날을 보내는 이야기입니다.
✓ 매주 열리는 ‘간식 시간’을 통해 음식과 기억,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연결합니다.
✓ 죽음을 단순한 비극으로 소비하기보다 끝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삶의 존엄을 바라봅니다.
✓ 작품에서 간식은 음식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소중한 기억을 상징합니다.
✓ 결국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 멈추지 않고 ‘지금 주어진 하루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로 이어집니다.
《라이온의 간식》은 일본에서 2019년 포플러사에서 출간됐으며 2020년 서점대상 2위를 기록한 작품입니다. 국내에는 권남희 번역으로 2021년 출간됐습니다. 일본 출판사의 작품 소개와 작가 메시지를 보면 오가와 이토가 이 작품을 통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자 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책을 덮은 뒤에는 거창한 문장보다 아주 개인적인 질문 하나가 남습니다. 내가 마지막으로 다시 맛보고 싶은 음식에는 어떤 사람이, 어떤 시간이 담겨 있을까. 그 답을 생각하는 순간 《라이온의 간식》은 시즈쿠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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