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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세이

《여기는 커스터드, 특별한 도시락을 팝니다》 리뷰, 지나간 인연을 다시 마주하는 따뜻한 일본소설

by clarebooks 2026.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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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후회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선명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몰랐던 상대의 마음을 뒤늦게 이해하거나,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선택이 오래도록 마음 한쪽에 남기도 하지요. 《여기는 커스터드, 특별한 도시락을 팝니다》는 바로 그런 마음을 아주 평범한 도시락 가게에서 꺼내 보이는 소설입니다.

 

《여기는 커스터드, 특별한 도시락을 팝니다》 리뷰, 지나간 인연을 다시 마주하는 따뜻한 일본소설
《여기는 커스터드, 특별한 도시락을 팝니다》 리뷰, 지나간 인연을 다시 마주하는 따뜻한 일본소설

 

가토 겐의 이 작품에는 거창한 사건이나 극적인 영웅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관계가 어긋난 뒤에도 그 기억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 앞에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과거를 바라보게 만드는 공간이 놓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따뜻한 일상 소설처럼 시작하지만, 페이지를 따라갈수록 이야기의 중심에는 ‘지나간 관계를 우리는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이 남습니다.

이 글에서는 큰 결말을 밝히지 않고, 작품의 분위기와 인물들이 품은 후회, 그리고 도시락이라는 소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여기는 커스터드, 특별한 도시락을 팝니다》 한눈에 보기

저자 가토 겐

옮긴이 양지윤

출판사 필름

국내 출간 2022년 7월

읽기 포인트 후회, 관계의 엇갈림, 기억, 용서, 다시 살아갈 마음

작품의 중심에는 ‘커스터드’라는 도시락 가게가 있습니다. 가게 주인 히나타는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조금 이상한 방식으로 선물을 건네고, 그 선물은 손님들이 오래 묻어두었던 기억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이야기는 각각의 손님을 중심으로 이어지다가 마지막 장에서 앞선 이야기들이 가진 의미를 조금씩 새롭게 보게 만드는 구조를 취합니다.

목차만 보면 주먹밥, 닭튀김 도시락, 김 도시락처럼 익숙한 음식이 눈에 먼저 들어옵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음식은 맛을 묘사하기 위한 소재라기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남아 있는 기억을 불러오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한 끼의 기억이 특정한 사람과 시절을 떠올리게 하듯, 작가는 평범한 음식에 오래된 감정을 연결합니다.


도시락 가게가 기억의 입구가 되는 방식

도시락은 이 소설에 꽤 잘 어울리는 소재입니다. 특별한 날에만 먹는 음식이 아니라 학교와 직장, 이동 중의 짧은 식사처럼 일상에 가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도시락 하나를 떠올리는 순간에는 음식뿐 아니라 그날의 날씨, 함께 있었던 사람, 당시의 기분까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가토 겐은 이 익숙함을 이용해 인물들의 과거를 아주 자연스럽게 현재로 끌어옵니다. 누군가에게는 별 의미 없어 보이는 기억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랫동안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순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피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제대로 바라보지 않은 기억일수록 시간이 지난 뒤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다시 돌아오기도 합니다.

커스터드라는 공간이 흥미로운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곳은 문제를 해결해 주는 상담소가 아니며, 누군가의 인생에 정답을 알려주는 장소도 아닙니다. 히나타 역시 손님들에게 장황한 교훈을 늘어놓기보다 스스로 기억을 마주할 작은 계기를 만들어줍니다.

이 소설이 건네는 위로는 “과거를 잊으라”는 말보다, 그때의 일을 지금의 자신이 다시 바라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더 가깝습니다.

이 차이는 작지만 중요합니다. 어떤 기억은 없던 일로 만들 수 없고, 어떤 관계는 다시 예전으로 돌릴 수도 없습니다. 작품은 그런 현실을 억지로 뒤집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대신 과거의 사건을 바라보는 현재의 마음이 달라질 수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둡니다.

덕분에 이야기에는 작은 판타지 같은 분위기가 있으면서도 감정 자체는 꽤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사람은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을 후회하면서도 정작 무엇을 후회하고 있는지 정확히 들여다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이 소설의 인물들은 커스터드를 거치며 바로 그 지점을 마주하게 됩니다.

후회는 왜 오래 남고 관계는 왜 늦게 이해되는가

《여기는 커스터드, 특별한 도시락을 팝니다》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관계가 어긋나는 과정입니다. 큰 악의 때문에 모든 것이 무너진다기보다, 그 순간에는 사소해 보였던 말과 행동이 오해를 만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더 멀리 떨어뜨립니다.

현실의 관계도 비슷합니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때 그 결과를 모두 알고 행동하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어린 시절의 판단으로 움직이고,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는 그만큼 좁아진 시야로 상대를 바라봅니다. 이후 시간이 지나 더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면 과거의 자신의 행동까지 새롭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후회는 종종 성장과 함께 찾아옵니다.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의 마음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깨달음이 늦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기회가 이미 사라졌을 수도 있고, 다시 만난다고 해서 예전 관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이 작품을 읽으며 생각해볼 지점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정말 과거를 바꾸는 일일까요. 아니면 그때 하지 못했던 말을 마음속에서라도 제대로 꺼내보고, 앞으로 같은 선택을 반복하지 않는 것일까요.

작품은 이 질문에 하나의 답만 제시하지 않습니다. 관계에 따라 사과가 필요한 경우도 있고, 스스로를 용서하는 일이 먼저인 경우도 있습니다. 누군가를 다시 찾아가는 것보다 그 사람과의 시간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더 중요할 때도 있지요.

이런 여러 형태의 후회를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는 점이 이 소설의 장점입니다. 한 사람의 서사만 길게 따라가는 방식이었다면 특정한 사연에 머물 가능성이 있지만, 서로 다른 상황을 나란히 놓으면서 독자는 자신의 경험과 가까운 감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작가는 잘못을 단순히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의 문제로 나누지 않습니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동시에 상처받기도 합니다. 때로는 미숙했고, 때로는 두려웠으며, 어떤 순간에는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몰랐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잘못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하는 것은 다음 행동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따뜻하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위로의 결

이 작품은 흔히 말하는 따뜻한 일본소설의 외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은 가게가 있고, 사연을 지닌 손님이 찾아오며, 일상의 물건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편안하게 읽히는 문장과 에피소드 중심의 구성도 진입 장벽을 낮춰줍니다.

하지만 이야기 안에 놓인 감정까지 가볍지는 않습니다. 지나간 관계에 대한 죄책감이나 제대로 전하지 못한 마음처럼 쉽게 해소되지 않는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예상했다면 의외로 자신의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체 분위기가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 것은 작가가 인물의 고통을 극적으로 부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슬픔을 계속 강조하기보다 한 사람이 그 기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지를 차분히 따라갑니다. 바로 이 절제가 작품의 온도를 만들어냅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해결보다 ‘이해’가 먼저 놓인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무엇을 해야 해결되는지부터 찾곤 합니다. 그러나 인간관계에는 깔끔한 해결법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돌려놓을 수도 없고, 상대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마음을 받아준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럴 때 남는 것은 당시의 자신과 상대를 조금 더 정확하게 이해하는 일입니다. 이 소설은 바로 그 과정을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과거를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으면서도 그 시절의 자신만을 계속 미워하지 않을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그래서 커스터드에서 일어나는 일은 기적 자체보다 그 이후가 더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특별한 경험 하나가 모든 문제를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 다른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작은 전환점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설명할 때 ‘힐링’이라는 말만으로는 조금 부족합니다. 위로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위로가 상처를 덮어주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외면했던 기억을 한 번 제대로 바라보게 한 뒤, 그래도 계속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여기는 커스터드, 특별한 도시락을 팝니다》가 잘 맞을 독자

복잡한 세계관이나 빠른 사건 전개보다 사람의 마음을 따라가는 소설을 좋아한다면 편안하게 읽기 좋은 작품입니다.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방식이라 긴 장편을 읽을 때 느끼는 부담도 비교적 적습니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처럼 가까웠기 때문에 오히려 제대로 마음을 전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이야기가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습니다. 관계가 끝난 뒤에도 “그때 내가 다르게 행동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사람이라면 인물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강한 반전이나 속도감 있는 사건을 중심으로 소설을 읽는 분이라면 전개가 잔잔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재미는 사건의 크기보다 작은 기억들이 서로 연결되는 과정과 인물의 감정이 조금씩 이동하는 모습을 보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께 특히 잘 맞습니다.

✓ 잔잔한 일본소설과 일상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

✓ 관계와 기억, 후회라는 주제를 깊지 않게 지나치지 않는 작품을 찾는 분

✓ 여러 인물의 사연이 하나의 주제로 연결되는 구성을 좋아하는 분

✓ 따뜻하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소설을 읽고 싶은 분

마무리

《여기는 커스터드, 특별한 도시락을 팝니다》는 과거를 완벽하게 고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벌어진 일과 멀어진 사람을 마음대로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작품이 건네는 위로가 현실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관계를 지나칩니다. 어떤 사람과는 좋은 기억으로 헤어지고, 어떤 사람과는 마지막 순간이 마음에 걸린 채 멀어집니다. 당시에는 자신의 선택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전혀 다른 장면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후회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 그 기억 때문에 지금의 삶까지 멈춰 세우지 않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과거의 자신이 몰랐던 것을 이제 알게 되었다면, 그 깨달음은 다음 사람에게 건넬 말과 행동을 바꾸는 데 쓰일 수 있으니까요.

이 소설에서 도시락은 결국 배를 채우는 한 끼를 넘어섭니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사람을 떠올리게 하고, 미뤄두었던 감정의 이름을 확인하게 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만들어주는 작은 매개가 됩니다. 화려한 이야기보다 조용히 오래 남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충분히 기억해둘 만한 작품입니다.

핵심 내용 정리

《여기는 커스터드, 특별한 도시락을 팝니다》는 평범한 도시락 가게를 배경으로 과거의 관계와 후회를 다시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음식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인물들의 기억을 현재로 불러오는 장치로 사용되며, 서로 다른 사연이 이어지면서 관계와 용서라는 하나의 주제로 모입니다.

작품은 모든 과거를 되돌릴 수 있다고 말하기보다, 지나간 일을 바라보는 지금의 마음은 달라질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잔잔한 일본소설, 인물 중심의 이야기, 후회와 관계를 다룬 따뜻한 작품을 찾는 독자에게 특히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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